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Maggot baits/스토리 (문단 편집) === 전개 === 츠누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목표한 방향으로 계속 달렸다. 거점 파괴라는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 남은 것은 현장으로부터의 철수뿐이었다. 그러나 적의 추격은 계속되었고, 전력 질주를 여유 있게 쫓는 불온한 기척을 느끼며 오래전 자위대의 폭격으로 파괴된 빌딩의 숲에 다다랐다. 도망치는 사냥감을 몰아넣었다는 이자벨의 달성감은 츠누가의 계산범위 내였다. 츠바이핸더(両手大剣)의 칼날이 가속력을 받아 위에서부터 내려쳐 이자벨의 다리를 양단했다. 격노한 이자벨은 모닝스타를 휘두르지만 연이은 글레이브(薙刀)의 타격으로 한쪽 팔이 썰려 혈액을 대량으로 잃고 무력화되었다. 궁지에 몰린 이자벨과 그에 대치하는 츠바이핸더의 캐롤, 글레이브의 위르마. 화려한 폭력의 여파로 발생한 진동은 호박(琥珀)빛 유성을 불러들였다. 전장에 나선 거체의 "마녀" 산디는 톱날의 쌍검을 들고 단신으로 둘을 상대하여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캐롤의 복부를 그어 토혈케 하고 위르마의 내장에 손을 박아넣어 헤집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역전의 "마녀"가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톱날은 살점을 베어내는 것을 넘어 '철혈의 첨인' 자체를 파괴할 정도로 막강했다. '철혈의 첨인'은 "마녀" 자신의 피로 형성되기에 만약 부서진다면 신체 대부분의 마력을 상실하는 치명상에 직결된다. 캐롤은 츠누가가 자리에서 벗어날 시간을 벌기 위해 무리하며 버티지만 처참한 유린극이 지속될 뿐이었다. 두 "마녀"를 간단히 도살하여 목숨만 겨우 붙여둔 산디는 아직까지 우뚝 서서 도주의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는 츠누가에게 흥미를 갖고 다가간다. 츠누가는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다가오는 산디와 잘 맞물리지 않는 문답을 주고받았다. 아직도 공포에 질려 무너지지 않은 츠누가에 대한 개인적인 흥미, 자매(여동생) 캐롤의 소중한 사람이니 죽이지 않고 사지를 잘라 인견(人犬)으로 만들어 캐롤의 반응을 보는 것이 즐거울 것 같다는 유열의 감상. 몇 걸음 물러나 마침내 벽에 등이 닿자, 츠누가는 거기가 딱 좋겠다며 중얼거렸다. 공포에 질린 츠누가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한 산디는 다가선 자리에서 봐주지 않고 돌진하려 하지만, 이상을 눈치챈 산디가 위를 올려보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전투의 여파로 불려온 것은 산디 하나가 아니었다. 츠누가의 조커 카드였던 그로리아는 "마녀"의 괴력으로 폐빌딩에 참격을 가해 붕괴시켜 산디 위로 커다란 잔해를 투하했다. 비록 "마녀"를 완전히 죽일 수는 없었지만, 압도적인 질량으로 산디를 억눌러 동료들을 구할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했다. 자욱한 먼지가 걷히고 산디와 이자벨은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츠누가는 차를 타고 은신처로 복귀한다. 차창에 창백한 소녀의 모습이 일순간 비쳤지만, 차량의 속력으로 급속히 멀어져 확인할 수 없었다. 어두운 밤 한가운데에서도 그 얼굴은 낯이 익었다. "마녀"의 특징을 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기이했다. 츠누가는 기억의 밑바닥에 회칠해 묻어뒀던 얼굴이 겹쳐져 악몽을 꾼 듯 고통스러워했다. 죽음의 사자인 밴시라도 본 듯이. 츠누가는 핸들을 꽉 쥐었다. ---- 구 카죠우 시의 JR 역 근처 상업지구의 후미진 곳에 우뚝 솟아있는 '슬럼 빌딩'. 50층에 이르는 원통형 건물 안은 광대한 상업 시설과 거주 지구가 펼쳐져 있었다. 장래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을 기대받았지만, 그 바람은 빛이 바래 온갖 범죄자들이 들끓는 최악의 마굴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그 최상층의 옥좌 없는 왕은 시몬(至門)이라는 이름의 중년 사내였다. 늘어진 양복 차림의 50세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비록 근육질이었지만 나이에 따른 해이함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이주자 가운데에서도 단연 이전의 행적을 가늠키 어려운 존재였다. 몽골로이드 계통의 외견을 한 그를 두고 뒤에서 온갖 추정이 잇따랐는데, 그 내용은 싱가포르의 화교계 마피아, 캄보디아의 마약왕, 대만의 유맹(流氓), 한국의 컬트 교단 교주, 혹은 일본인일지도 모른다는 것. 시몬의 앞에 "마녀" 산디와 이자벨이 임무 보고를 하러 들어왔다. 벌어진 사건을 듣는 시몬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더니 경박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마녀"들의 무능을 힐난했다. 어쨌든 창고에 보관된 "마녀"는 탈취되거나 해방되진 않았으니 임무는 성공한 게 아니냐며 멍청히 웃는 이자벨에 기가 막힌 시몬은 암코양이 같이 제어불능의 여자란 생물은 이래서 도움이 안 된다며 태도의 저열함을 드러냈다. 그 "마녀"를 상대로 두려움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폭력을 휘두르는-\-비록 상처하나 남기지 못했지만--남자 앞에서 최강의 "마녀" 산디는 감정을 꾸깃꾸깃 눌러 담을 뿐이었다. 위험 대상은 초장부터 뿌리를 뽑아버려야 한다. 무슨 목적이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불쾌하며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일이다. 조직을 이룬 것도 아니고 혈혈단신으로 사법가에 기어들어와 천방지축의 "마녀"를 전략 무기로 사용할 정도의 남자는 더없이 위험한 존재였다. 골치가 아파진 시몬은 둘을 바깥으로 물렸다. "마녀"들과 교대하듯이 들어온 백모의 남자는 시든 늪 색의 눈동자를 시몬에게 향했다. 남자의 이름은 브라이언 막쿨(ブライアン・マックール). 전직 아일랜드 공화국군(IRA) 급진 과격파 출신이며 현재는 프리랜서 용병. IRA 당시 동료들을 배신했다는 소문으로 어지간한 테러리스트들도 꺼릴 정도의 악명을 가진 인물이었다. 용병들로 구성된 '마녀사냥' 부대를 이끌고 츠누가의 행적을 쫓으며 브라이언은 오랜만에 즐거움이라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모든 벽이 철거되어 휑하고 넓기만 한 50층의 내부에서 입구로 나온 이자벨은 옆의 산디에게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깟 인간 따위에게 자존심이 짓밟히는 걸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교살 가능한 벌레를 언제쯤 처리할지에 대해 주변에 숨기지도 않고 발해왔다. 산디도 그 의견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자벨조차 모르는 산디의 심부에는 시몬에게서 느껴지는 근원적 공포의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그 남자에게는 거스를 수 없는 근본적인 무언가가 있다. 산디는 그런 것에 의도적으로 접해 공포의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단련하고 있었다. 힘만 믿고 날뛰는 "마녀"가 아닌, 마치 요저에게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해낸다면 분명 지금 이상의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 은신처에 도착한 츠누가를 기다리는 것은 번견처럼 대기하고 있던 캐롤의 모습이었다. 츠누가를 구하려 했던 캐롤의 이전 행동에 츠누가는 의미 없는 소모를 했을 뿐이라며 비판적인 피드백을 전했다. 만약 둘의 상황이 바뀌어 츠누가가 캐롤을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면 망설임 없이 그리할 것이라고. 스스로 츠누가의 도구라 여기던 캐롤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캐롤은 여전히 어떤 감정을 품은 채였다. 츠누가가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옆에는 캐롤이 있었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하는 캐롤의 얼굴을 뒤로한 채 츠누가는 방을 나갔다. 몇 번의 전투로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츠누가는 사법가의 도심으로 향해 정보를 캐낼 궁리를 했다. 정보원 세리카가 요주의 인물을 마킹해 츠누가가 직접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츠누가에게는 확신이 필요했다. 모든 범죄의 사슬은 '슬럼 빌딩'으로 이어지는 것 정도는 사법가의 누구라도 알 정도의 일이었다. 그러나 '슬럼 빌딩'으로의 직접 침투는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지배자를 보위하기 위해 배치된 병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1층부터 위의 수십층까지 이어진 배타적 범죄자 주민들의 인적 네트워크 겸 인해의 방어선이었다. 헛물을 켜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7년 전의 적은 '슬럼 빌딩'에 있다. 그런 확신을 얻고 싶었다. 7년 전 지옥의 광경을 보았던 츠누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발생한 "마녀"라는 재해가 그 광경에 직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걸려든 것은 폐공장 습격 당시 사냥당한 "마녀"의 운송을 담당했던 끄나풀이었다. 세리카가 '대상'이 자리를 떠 거리의 뒷골목으로 나오는 때를 알려주기로 하고 건물의 내부로 들어간 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약속된 시간을 넘긴 것을 확인한 츠누가는 폭약 함정을 설치한 차량에서 나와 곧장 건물의 뒤를 돌아 추적을 시작했다. 출입구가 아닌 외부 계단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던 츠누가는 왜건 차량에 실려 억지로 강압된 상태의 세리카에게 적들의 의식이 쏠려있는 것을 확인했다. 조용히 밴을 향해 다가간 츠누가는 암기 중 하나인 택티컬 펜을 꺼내 사정없이 적들을 찍어 발겨냈다. 츠누가의 흉기는 수련을 거듭한 실전 가라테의 몸놀림과 밴의 내부에서 여자 하나를 둘러싸고 있는 적들의 자세의 불리함을 십분 활용해 머릿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살상력을 드러냈다. 때에 맞추었는지 세리카의 몸은 무사했다. 츠누가는 세리카에게 '대상'이 누구인지 물었고, 지목당한 자를 제외한 모든 적을 P226으로 확인 사살했다. '대상'은 츠누가의 집요한 '설득'으로 '마녀사냥'의 최종 목적지는 '슬럼 빌딩'이라는 정보를 토해냈다. 츠누가는 주저 없이 그에게 방아쇠를 갈겼다. 츠누가는 세리카에게 일에서 손을 뗄 거라면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몸이 아직 성하고, 쌓인 돈도 어느 정도 되니 전부 가져 이 지옥에서 나가는 게 좋을 거라고. 그러나 세리카는 자신의 지목으로 사람이 죽었으니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힌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런 죄악의 깊이에 비해 얻은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피와 돈벌이의 냄새가 나는 츠누가의 곁에 더 남아있겠다는 세리카. 츠누가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받아들이면서도 이 소녀조차 추악한 욕망이 휘몰아치는 사법가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일원임을 깨달았다. 츠누가는 돌아가는 길에 언뜻 남자들에 둘러싸여 몸을 흔드는 백발의 소녀의 기색을 보고 폐공장에서 돌아가는 길에 스쳤던 "마녀"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어서 연상된 것은 누군가의 얼굴--훼손된 얼굴을 떠올렸지만, 오래전에 죽었을 터인 사람이 존재할 리가 없었다. "마녀"가 길바닥에서 뒹구는 일은 으레 있는 일일 뿐이다. 츠누가는 기억의 폭주를 억누른 채 아지트로의 복귀를 서둘렀다. ---- 은신처에서 츠누가는 위르마에게 "무명의 마녀"의 특징을 설명하며 그 "마녀"를 알고 있는지 질문했다. 위르마는 동족들의 특징과 이름을 모두 구분하고 있었지만 "무명의 마녀"의 특징은 해당하는 바가 없었다. ---- 아래의 슬럼가와는 달리 관리가 이뤄지는 40번대 층을 돌며 각 방의 문마다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를 확인하는 시몬. 그는 옆에서 걷고 있는 브라이언으로부터 츠누가의 추적에 관한 보고를 재촉했다. 브라이언은 시몬이 하는 일이 맨정신으로는 못할 일이라며 그 정신력을 높이 산다는 발언을 하며 시몬의 비위를 거슬렀다. 그래서 츠누가의 꼬리를 잡았느냐는 시몬의 직설적인 발언에 브라이언은 츠누가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살해 현장에 남겨진 츠누가의 족적은 일관성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무심히 마무리 지은 시체가 있는 반면, 야수의 행적이라 여겨질 만큼 지나친 파괴의 흔적이 남기도 했다. 이는 유혈의 열락에 맛을 들인 짐승의 행각이며 기특한 선행의 실천을 목적으로 한다고는 감히 일컬을 수 없었다. 츠누가 스스로 살인의 순간에 사정충동을 느낄 정도라 생각했으니 이는 정확한 평가였다. 거울상을 찾아 만면의 미소를 지우지 못하는 브라이언에게 시몬은 역시 닮은 바가 있지 않겠느냐, 마치 네가 IRA에서 나오게 된 경위 같은. 라는 발언으로 비꼬았지만, 브라이언은 전혀 정색하지 않고 여유롭게 시몬에게 계책을 전부 일러준 것이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그제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시몬이 그 계책을 묻자, 찾을 수 없다면 찾아오게 만들면 된다.는 지론을 펼친다. 정확히 뭘 할 것인지까지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번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시몬은 어느 방의 문 앞에서 우뚝 섰다. 마음에 들지 않아 거슬린다는 듯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안에는 붙잡힌 "마녀" 카라가 요저의 아이를 잉태한 자신의 복부를 벽에 들이박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시몬은 그렇게 마음에 안 든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며 그 몸에서 요저의 것과도 같은 촉수를 기어 나오게 해 카라의 사지를 단단히 붙들었다. 시몬은 카라의 아래에 팔뚝을 끝까지 밀어 넣고 안의 무언가를 세게 붙잡았다. 기구 따위는 필요도 없다는 듯이 쥐어 뜯어낸 그것을 카라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카라는 경악을 흘리며 정신이 붕괴할 지경까지 이른다. 알고 싶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지 않으냐며 낮은 웃음을 흘리는 시몬은 손에 든 통통히 살찐 구더기를 치아에 대고 씹어먹었다. 잘 들어라. 너희들은 얼척없이 큰 기계에 박힌 부품의 한 개. 망가질 때까지 같은 일을 반복할 뿐인. 싫겠지. 울부짖어도 된다. 통곡하며 세상 모두를 저주하는 것도 좋다. 다만, 자신의 의사로 뭔가 하는 것만은 허락하지 않는다. 얼마나 지워도, 몇 번이라도 채워준다. 광기를 번뜩이는 시몬의 앞에서, 카라의 미약한 반항은 산산이 부서졌다. ---- * '슬럼 빌딩'이 잠시 외부인에게 개방되는 대규모 노름판의 정보를 세리카로부터 입수한 츠누가가 참가. 판의 본 목적은 츠누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였고, 혼잡을 이용해 40층 근처로 올라가 감금된 "마녀"들을 본 츠누가를 아이린이 발견. ||연행되어 온 장소에서, 츠누가는 갓 칠해진 철분의 취를 맡았다. 마루에는 솔로 쓸어낸 듯한 대량의 혈흔. 부러진 치아나 귀의 일부인 듯한 살점, 도려내진 안구마저 떨어져 있었다. 휴먼 콕파이트--인간으로 벌이는 투계의 회장. 이미 전 시합이 종료해, 베팅 자체도 마감되었다. 하지만 장내의 관객은 아직 남아 있었다. 어느 얼굴에도, 지금부터 시작될 '여흥'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했다. "여어, 역시나 와줬구만. 형씨, 나한테 용무가 있나?" 착붕(着崩)한 다크 슈트의 중년 남자가, 어딘지 시치미를 뗀 어조로 말을 꺼냈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파충류스러운 무표정이, 츠누가의 값을 매기고 있었다. "나는 시몬이라 이거야. 형씨의 얼굴은 모르겠네… 까먹었다면 미안한데, 어디서 만났었나?"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몬의 표정에 도회는 없다. 물음에 츠누가는 미소를 띄웠다. 보는 이의 간담을 뒤흔드는 듯한, 방울져 떨어지는 악의가 스며 나온 비웃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시몬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고 속삭인다. 그 음성은 진흙과 같이 무겁고, 불과 같이 강렬했다. 숨결에는 육식 짐승 같은 비릿한 살의가 진동했다. "앞으로의 너는, 두 번 다시 나를 잊을 수 없게 될 테니까." "그렇나. 얄궂게도 일기일회(一期一會)가 될법한 흐름(風向き)이지 말인데." 츠누가의 도발을, 시몬은 코끝에서 조롱해 비웃었다. 이 자리에 있는 호위의 수는 열 명 이상. 전원이 단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다. 지금 당장 츠누가가 시몬을 덮쳤다고 해도, 몇 미터도 답파하지 못한 채 사살될 것이다.|| * 끌려간 격투장에서 대면한 시몬을 원흉으로 판단. 순순히 대회 우승자 죠제(ジョゼ)와 대결을 시작해 살해 및 승리. 격투 전 의복을 벗을 때 던져두었던 가방 안의 시한폭탄이 터져 회장의 시야를 가리고 혼란을 일으켜 시몬에의 도발을 마무리하고 생환. 도심에서 츠누가의 퇴각 경로를 예측한 브라이언과 전투: 츠누가는 부비트랩이 설치된 차량의 손잡이를 주의 깊게 돌리던 중, 거듭된 전투로 민감해진 본능의 경고를 깨달아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찰나의 사이에 츠누가의 머리가 있던 곳에는 총탄이 박혔고 살의의 기색이 감싼 남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손에 각각 총검이 부착된 Cz75를 한 정씩 거머쥔 브라이언은 츠누가와의 첫 대면을 기뻐하며 환영의 탄환을 갈겨댔다. 차를 엄폐물로 삼고 탄환을 보충한 츠누가는 반격하며 습격자를 유인했다. 어느덧 잔탄은 바닥을 드러냈고, 구르카 나이프를 꺼낸 츠누가는 브라이언의 총검에 칼날을 맞부딪혔다. 마침내 가까이에서 적수의 얼굴을 확인한 둘. 브라이언은 츠누가가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부류의 인간임을 깨달았다. 마피아도, 킬러도, 군인도, 테러리스트도 아닌 경찰의 냄새를 그에게서 맡았던 것이다. 츠누가는 목표한 지점까지 적을 근접전으로 끌어들인 후 브라이언의 고간에 오른 다리를 박아넣고 배대뒤치기로 차창에 처박았다. 그 틈을 타 차량 손잡이의 타이머를 돌렸고 바로 이탈했다. 곧 도심 한가운데에서 차체는 화려하게 폭발했다. 습격자의 공격에서 벗어나 되돌려주었다. 츠누가의 경험과 판단에 따르면 분명 살아남지 못했을 터였다. ---- '슬럼 빌딩'의 최상층에서 사법가의 지배자 시몬은 한 "마녀"의 발을 핥고 있었다. 이상자의 도착적인 행위가 아닌, 의자 밑에 엎드려 받들어 모시는 여신과도 같이 신성시한 자세를 견지했다. "마녀"의 외형은 백색의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좌우의 눈 색이 달랐다. 저주받은 도시로 마침내 돌아온 츠누가를 생각해 몇 번이고 그의 앞에 고의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던 "무명의 마녀"는 츠누가를 추적하고 있는 시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해 그녀를 모시는 시몬의 질투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의견을 말하려는 시몬의 입에 "무명의 마녀"는 발을 밀어 넣어 질식시켰다. 시몬이 하는 일은 모두 "무명의 마녀"를 위한 봉사이며, 모든 것은 "무명의 마녀"가 이루려고 하는 목적을 위함이었기에 시몬은 더 불평을 말할 수 없었다. 남자는 그저 유린하고 방치한 채 잊을 뿐. "무명의 마녀"는 여자인 자신에게는 인과의 모든 실이 보인다고 말한다. 7년 전 '자신'이 죽었을 때를 상기하는 "무명의 마녀"의 말에 시몬은 그제야 갈피를 잡았다. 츠누가가 관련된 형태를 파악하기에만 몰두한 시몬에게 "무명의 마녀"는 실망과 모멸감을 드러내어, 시몬으로 하여금 굴욕과 수치심으로 홍조를 떠오르게 했다.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게'라는 그녀의 말. 의미불명의 무가치한 우행도 관철하는 힘이 의미를 부여하며, 어떤 뜻깊고 숭고한 행위도 관철하지 못하면 한낱 티끌로 끝난다. 복수든 사랑이든, 중요한 것은 올바른 가치를 지녔느냐가 아닌 개인이 간직한 질량 뿐. 이 거리는 닫힌 인과의 고리. 들어온 이상, 이제 어디에도 갈 수 없다. 그게 "마녀"라 할지라도, 인간이라 할지라도. ---- 7년 전, 한 여자 고등학생 납치 사건. 수사 중 전 세계적으로 다발한 납치 사건과 특성이 합치되었다. 곧 카죠우 시에서 '파티'가 개최되어 참가자들을 모집한다는 소문이 인터넷상에 돌았고, 게시된 글에는 소녀들의 사진이 첨부되어 실종된 인원으로 밝혀졌다. 당일이 되어 카죠우 시에 모인 이상자들의 수는 5000인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 책임자의 사전 체포에도 실패하여 체면을 구긴 일본 경찰은 현장 급습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해외 요인의 자제가 얽혀있다는 이유로 외풍의 압력을 받아 신중론을 펼치는 내각의 외교부와 이에 동조한 위의 압력으로 돌입이 늦춰졌다. 당시 23세였던 츠누가 쇼고 순경(巡査)은 사건의 개최지로 지목된 회관 건물 밖에서 대기하던 경찰 특수급습부대(SAT) 1팀 대원이었으며, SAT를 지휘하던 이고우 노부타케(飯河 信勇)는 경찰의 수뇌부에 돌입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역설, 이고우의 요청과는 별개로 논의 끝에 정부는 돌입을 최종 승인했다. 곧 돌입한 SAT 1팀이었지만 내부의 인원들은 총기에도 겁먹지 않는 기이한 흥분의 상태. 인간의 장벽 너머로 펼쳐진 광경은 츠누가와 돌입한 SAT 팀의 이성을 앗아갔다. 누군가 발포하여 살육이 시작되었지만, 절대적 수의 격차로 SAT 팀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츠누가는 단 한 명이라도 생존자를 찾고자 발버둥 쳤다. 참상의 한 가운데서 안구 하나와 비강이 도려내지고 뼈가 드러난, 흉곽은 늑골을 드러내어 팔 다리가 남아있지 않은 참혹한 형상으로 얕은 숨을 이어가는 그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시체의 산에 파묻혀 츠누가는 자신의 등을 위로 향해 그것을 감쌌다. 등에 무수한 압력이 가해져 늑골이 몇 개나 부러졌다. 주위가 조용해졌을 무렵, 그 생명은 마지막 말을 내뱉고 숨을 다했다. 확실하지는 않은 한 소절이었으나 소녀의 몸에 드러난 고통의 흔적은 단 하나의 뜻을 담고 있었다. ■■■■■-\-コロシテヨ. (■■■■■--제발죽여줘.) 소녀를 살려보겠다는 츠누가의 행위는 소녀가 겪었을 무저갱의 고통만을 지연시켰을 뿐이었다. 그 원망의 말은 자신의 정의가 그저 자기만족이었다는 결과를 나타냈다.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려는 주위의 악귀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때 츠누가가 마음속에 품은 신념은 산산이 부서졌다. 7년 전의 사건 이후 5년간 혼수상태에 있었던 이래 깨어난 츠누가. 그는 주위를 둘러싼 친구나 친척 같은 인간관계를 모두 끊었다. 연인도 진작에 성이 바뀌고 경찰 조직 내에 아는 얼굴은 남아있지 않았다. 츠누가는 당시의 신문에 실렸던 기사를 읽었다. 인질은 모두 사망. 돌입한 대원들도 자신만을 남기고 전멸. 주요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연이은 재해에 일대는 범죄 도시화했다. 이럴 수는 없다는 절망, 분노로 재밖에 남지 않았던 츠누가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원흉에 대한 살의가 피어올랐다.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희망이 있었다지만, 츠누가가 찾아낸 것은 희망도, 정의도, 인륜도 아닌 인정할 수 없다는 집착뿐이었다. 2년간 칼을 갈며 그동안 무너진 육체를 현역으로 되돌리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비롯한 금지 약물의 취급도 주저하지 않았다. 열심히 닦았던 격투기도 오로지 살인만을 위한 기술로서 처음부터 다시 연마했다. '적'에 대해 기울이는 것도 늦추지 않았다. 납치 사건을 일으켰던 카르텔을 하부 조직으로 둔 관동사법가의 이매망량은 7년 전의 참사 이후로도 "마녀"라는 초상(超常) 현상과 더불어 한층 무언가를 꾀하고 있을 터였다. 일찍이 인간 츠누가 쇼고가 매장된 무덤으로 복수귀의 좌표는 정해졌다. ---- ||'슬럼 빌딩' 50층. 권력의 심장부까지 늘어선 관문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여러 절차나 과정을 무시한 채 원흉에 다다른 비무장한 노인의 존재는 시몬에게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기막힘을 자아냈다. 그자가 전동 휠체어에 신세 지는 불수의 몸이라는 것, 어떤 보고도 없이 침입해왔다는 사실도. 사법가의 창조에 가담한 그쪽이라면, 자신보다 법칙을 속이고 뒤트는데 일가견이 있을 거라 전하는 노신사. 도회의 가면을 벗은 시몬은 '마술사'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다. 그런 존재는 이전 세기 초두에 모두 사라졌다며, 자신은 그저 고고학자일 뿐이라 노신사는 소개했다. 반지 낀 손을 깍지끼고는, 다만 마녀라면 하나 살아남아 황금과 불로의 비술을 손에 쥐고 세상의 어둠에서 암약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자신의 용무는 바로 그 마녀라고도. "마녀"라면 거리를 거닐다 보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며 가서 죽기 전 마지막 재미나 보는 게 어떻겠냐고 시몬은 빈정거렸다. 노신사는 한숨과 실소를 내뱉었다. 그런 "유사품(위치)"을 찾는 게 아님을, 진정한 마녀(헥스). 얄다바오트--위신(偽神)의 이름을 들먹였다. 그 이름을 들은 시몬은 안색이 일변하여 살의의 시선을 노신사에게 쏘아 맞혔다. 노신사의 시선 또한 적의의 빛을 띄우며, 성서의 마술사를 자칭하는 이단의 사제에게 역시 마땅한 보답을 받으려 했다. 죽은 손녀의 혼의 존엄을 걸고. 노신사는 병약한 손녀의 여생에 마음의 건강함이라도 바라 마지않았었다. 비웃음을 지어 입가를 비뚤이는 시몬은 7년 전의 지긋지긋한 관계가 여럿 이어진다며 야수 같은 모습의 잔상을 뇌리에 떠올렸다. 사신의 마수에서조차 벗어난 그 남자도 죽여둘 필요가 있었다. 이 죄를 신이 심판하지 않는다면, 악마의 힘을 빌려 지옥에 떨어지겠다. 오망성이 새겨진 반지가 빛나, 영혼을 바치는 서원영창(誓願詠唱)에 화답해 주위의 공간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시몬은 그것이 '솔로몬 왕의 반지'의 진품임을 파악했다. 마술사의 절멸에도 각지에 흩어져 내려오는, 힘이 깃든 물건 중 하나. 대천사가 고대 왕에게 하사한 72柱의 마신을 사역하는 반지. 그러나 무언가가 저편에서 위용을 드러내기도 전에 모든 것이 소멸했다. 노신사의 얼굴이 경구(驚懼)로 일그러졌다. 시몬의 안면을 포함한 피부 곳곳이 박리되어 그리스어 문자열이 새겨진 파피루스의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그 내용을 순간 이해해버린 노신사는 절구(絶句)할 수밖에 없었다. '유다의 복음서(고스펠 오브 주다스)'의 진본. 시몬은 긍정했다. 이 세상의 이것도 저것도 밥상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이웃 민폐의 물건이라고. 그러니까 아무튼, 어쩔 수 없으니 단념하라고. 흔치 않은 연민조로 고하며, 시몬은 슈트의 품으로부터 베레타 한 정을 꺼냈다. 다음번에는 신의 진품이라도 데려오라는 시몬의 말. 어딘지 나른한듯한 군소리가 한밤중에 공허히 울렸다.|| ---- * 츠누가는 관동사법가 외곽의 경계선에서 퇴역한 전직 경찰 이고우와 접선해 물자 보급을 함. 이고우가 건네준 총기는 대부분 경찰이 범죄자들로부터 압수한 물품을 인맥으로 빼돌린 것. 이고우가 사표를 제출했던 때는 사건의 1년 후 관동사법가 성립의 발단이 된 특별 법안의 발효와 동시. 그 연유로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하는 츠누가에게 마음의 빚을 져 협력 중이지만, 그렇기에 변해가는 츠누가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음. * "마녀" 아리손이 관동사법가 슬럼 어딘가에서 눈을 뜸. 자신의 힘을 자각하지 못한 아리손을 주변의 남자들이 겁 없이 범하고 자상을 내어 내장을 끌어올리는 등 능욕을 이어갔으나 아리손은 자각하지 못했던 "마녀"의 힘으로 주위의 모든 것을 갈가리 찢어 죽임. 하늘을 나는 캐롤과 위르마, 그로리아를 보며 유성과도 같은 모습에 반해 따라나섬. * 시몬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사법가를 뒤지고 다니며 처형 시설을 엎는 츠누가. 곧 "마녀" 산디와 이자벨, 아이린의 추격을 받게 됨. 캐롤, 위르마, 그로리아에 정면 전투를 맡기고 대물 저격총(데넬 NTW-20)으로 적대적 "마녀"의 시야 부분만을 노려 반사적인 틈을 만들어 서포트함. 패퇴시킨 후 시설에서 "마녀" 카트리나의 최후와 이런 구경거리는 설육(屑肉)의 뒤처리라는 정보를 얻음. 회장의 입구에 아리손이 나타남. 츠누가와 캐롤은 말문을 잃고 아리손을 바라봄. * 교황청에서 긴 세월 보관해오다 1870년 교황령의 소멸 과정에서 잃어버린 '유다의 복음서' 진본의 소재가 확인되어, 회수를 위해 바티칸은 이단심문관(Inquisitor) 바렌티노스(ヴァレンティノス)를 관동사법가에 파견키로 함. 해당 도시는 '유다의 복음서'의 법칙을 뒤집는 힘으로 세계의 이치에서 떨어져 나간 것으로 파악됨. 파괴 목적이 아닌 회수 임무인 이유는 배신자 유다의 존재도 주 예수의 일대기 중 하나, 즉 세계의 일부이기에 줄기가 되는 교리에 반할지라도 인리의 사정이 간섭할 수 없음. 따라서 어둠에 묻어 보관을 이어나가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 성유물을 단조한 탄환과 함께 넘겨받은 "마녀"들의 사진을 보며 바렌티노스는 카툰에나 나올 법한 존재라고 평함. 교황도 모르는 명령을 받아든 바렌티노스는 교지를 전한 추기경의 딸이 영국으로 시집갔다는 사실을 들먹임. 사색이 된 추기경은 성공회 역시 가톨릭의 한 뿌리 아니냐며 읍소하지만 바렌티노스는 고해실 너머의 작은 틈으로 피 묻은 반지 한 쌍을 전하고 일어섬. * 은신처까지 따라온 아리손. 아리손은 츠누가와 캐롤을 기억하지 못했음. 죽었어야 할 "마녀"가 살아있음에 의혹은 늘어가지만 그로리아는 아리손을 귀여워함. 곧 둘은 친밀하게 지내며 사제관계가 됨. 츠누가는 자신의 방문을 열었고, 안에 있던 "무명의 마녀"와 대면함. 이 도시의 어디에나 자신은 존재하며 원하면 언제든지 나타나 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짐. * '슬럼 빌딩' 내부 분실에서 인간과 요저에게 고문을 당하던 에드나와 카라는 뇌 안에 가닥을 들이는 등 완전히 피폐해져 퇴장. ---- 바렌티노스를 실은 헬리콥터는 관동사법가 변경의 상공에서 약에 취한 무뢰배들의 구 소련제 보병용 지대공 유도탄(SAM)에 격추되었다. 그러나 불길 속에서 2미터의 거구는 아무런 피해 없이 걸어 나왔다. 이상 사태에 도망치는 것도 잊은 강도들은 총을 갈겨댔지만, 검은색 슈트에 상처하나 남기지 못했다. 절도와 자비를 갖추어야만 인간. 하지만 너희는 그리하지 않아도 된다. 신을 따르지 않는 벌레들을 쳐부수는 폭력의 감미로움이야말로 꿀과도 같으니. 바렌티노스는 신보다는 악마에 가까운 웃음을 드높이며 욥기 5:2의 경구를 읊었다. 곧 남자에 손안의 비적(秘蹟)이 빛을 발해 신이 깃듦이 드러났다. 할렐루야를 외치며 주먹을 내지른 그 앞에 찬란한 파괴가 잇따랐다. 그 앞에 있던 것들은 이 세계로부터 존재를 부정당한 듯 흔적조차 사라져 크레이터만을 남겼다. 이 소돔에는 치워야 할 쓰레기들이 너무나 많다. 바렌티노스는 전부 쓸어주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위르마는 팔라리스의 황소 안에서 화형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깨달았다. 비록 악몽이었지만, '이번 생'에서 겪지 않았던 수난은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이른바 '부활'했다는 아리손의 이야기를 들은 결과 기억해낼 수 없던 것을 깨달은 것인지 의문을 가졌다. 츠누가는 이고우로부터 전해받은 '노스 이스트 그랜드 힐즈', 현 '슬럼 빌딩'의 도면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뒤 총기수입을 하는 도중, 쓰러져 간 SAT 동료들을 회상하고 결의를 다졌다. 사전에 협의된 세리카의 연락은 약속된 시간으로부터 40분이 경과했다. 은신처를 감싼 IR 센서는 노트북에 경고음을 울렸다. 습격자들은 M4 카빈과 AK-47로 무장해 유탄발사기를 장착한 인원도 포함했다. 경기관총으로 지원받는 다국적 용병들은 양관으로 향해왔다. '마녀사냥' 부대의 용병들은 브라이언의 대기 명령을 거역한 채 돌입했다. "마녀" 전력을 기다리자는 브라이언의 주장은 불신의 대상이었던 그 배신 전력에 묵살당했다. 용병들은 브라이언의 지휘 없이도 능수능란한 작전을 펼치지만, 건물 2층에서 고지를 점한 츠누가의 저격으로 대부분 사살당하고 내부에 침입한 인원은 츠누가 측의 "마녀"와 SPAS-12의 산탄 폭풍에 고기 조각이 되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브라이언은 이쪽 "마녀"는 무엇을 하는지. 그 변덕스러움에 한탄하며 다음의 대결을 기약하며 물러났다. ---- 지금으로부터 2개월 전, 도시의 변두리에서 깨어난 소녀는 여기가 세계의 끝이며 반대편의 도시로 향해야 자신의 운명을 확인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도시를 걷는 소녀의 주위에는 쏟아지는 것이 온당치 않은 시선이 넘쳐흘렀다. 한 꾀죄죄한 노인이 소녀 앞에 서서 이름이 무엇인지 묻지만, 소녀는 대답할 수 없었다. 노인은 웃음을 지어 올렸다.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신종의 "마녀"에게 이름을 줄 기회를 얻은 노인은 소녀가 사법가에 찾아온 날--성자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에 울려 퍼지는 '축복의 노래(캐롤)'. "캐롤 더 위치"라는 이름을 주었다. 곧 호박빛 돌풍이 강타해 노인을 포함한 주변의 사람들을 모두 피가 튀는 살점으로 만들며 내려앉았다. 자신을 산디로 소개한 "마녀"는 마지막 26번째의 자매를 폭력으로 맞이했다. '철혈의 첨인'은 커녕 자신이 "마녀"인지도 몰랐던 캐롤은 다리가 양단되어 목이 졸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땅을 디딜 수단을 잃고 말았다. [anchor(1)] ||왜? 흐음… 왜, 네? 그러면, 왜 너는 태어났는지 알고 있나? 그런 질문에 대답이 마련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나? 모르는 것은, 전부 누군가가 설명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라고. 이 세상이라는 건, 그런 식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 영문을 모르겠다면 모른 채로,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는 거지. 어쩔 수 없다는 거야. 그런데도 태어나 버렸으니 말이야. 죽는 게 두렵나? 그런데 말야, 죽을 수 없다는 건 그것보다 훨씬 최악이라고? "마녀"의 힘을 지지하는 바탕은 피다. 그걸 대량으로 잃어버리면 그 말대로, 단순한 인간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되어. 그러니까, 우리들의 무기는 이렇게 상대방의 피를 흘려내기에 적당한 형태로 되어있는 거지. 이것 자체도 피의 덩어리니까, 일단 그걸 박살 내버리는 것도 먹힌다. 이것도 정말 부조리한 이야기야. 자기의 무적을 지지해야 할 무기가, 한 번에 무적을 상실케 하는 사인이기도 하다니. 하기야 목이 눌려 꺾여버리든, 전신이 회쳐져 저며지든, 목을 쳐내버리지 않으면 죽음을 받아낼 수도 없지만. 끔찍한 일이지? 말하지 않아도 기분은 알겠다고. 나도 같은 신세니까 말야. …그럼, 최초의 응대는 이걸로 다인가. 뭐, 일단 한번 죽어두려무나. 그 후에 또 만나자고.|| 폭력의 유열과 "마녀"의 운명에 대한 뒤틀린 감정을 내뱉은 뒤, 산디는 캐롤을 바닥에 내던져 유유히 사라졌다. 곧 "마녀"를 데려가려는 남자들의 손길이 다가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습격이 장소를 덮쳐 수거 인원들을 모두 사살했다. 그때 캐롤과 츠누가의 시선이 마주쳤다. "마녀"가 아직 힘이 남아있는 것인지 난처한 기색의 츠누가는 "마녀"를 구할지 어떨지를 망설였지만 호소하는 캐롤의 눈빛을 무시하지 못한 츠누가는 은신처로 데려갔다. 얼마간 양관에서 함께 머무르게 된 츠누가와 캐롤. 츠누가는 캐롤에게 그 자신이 "마녀"인 것과 그 특징들, 사법가의 상식 등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그 가운데에는 마력 보급의 방법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츠누가는 자신이 먹는 종류의 식사만을 건넸다. 얼마 후 캐롤은 츠누가가 하는 일을 돕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츠누가는 "마녀"의 전력을 철저히 도구로서 받아들였다. 전투의 현장에 캐롤을 대동하여 전투의 기본 방법부터 "마녀"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까지 그 몸에 익히게 했다. 그런 나날 가운데 격렬한 전투에서 피를 흘려 약체화된 캐롤을 아지트에 데리고 온 츠누가는 며칠간 캐롤의 회복을 기다렸지만 "마녀"의 회복 수단은 그것뿐인 것을 깨닫고 있었다. 총기를 손질하는 심정으로 캐롤에 다가간 츠누가는 지극히 조심스러운 손길로 캐롤을 안았다. 전투의 소모가 있을 때마다 둘은 기계적인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츠누가를 향한 캐롤의 마음은 스스로 깨닫지 못한 채 점점 깊어져 갔다. 행위의 도중 캐롤로부터 츠누가를 강하게 요구하는 빈도도 잦아졌다. 그런 캐롤을 대하는 츠누가는 대조적으로 심경이 복잡해져 갔다. 캐롤 자신은 츠누가에게 쓰이는 무기일 뿐인 채로도 괜찮다고, 츠누가와 모종의 인연을 느끼며 그의 바람을 이루어 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음에도.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